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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2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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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
인천 배다리는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첫 근대 철도인 경인철도의 첫 삽을 뜬 곳이 현재의 우각리(도원역 인근)였고, 인천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인 영화초등학교와 인천 최초 공립초등학교인 창영초등학교가 설립되며 근대 교육이 싹튼 곳도 배다리였다.

기독교 신학의 근간을 다진 곳으로, 1900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월간지인 《신학월보》가 우각리에서 발행되었다.

인천 최초의 만세운동이 일어난 곳도 배다리 일대였다. 1919년 3월 창영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동맹휴업과 만세시위를 이끌었다. 만세운동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경찰이 교직원에게 정보보고를 요구하자 이에 항의해 창영초등학교 학생 김명진, 이만용, 박철준, 손창신이 학교 전화선을 자르고 전화기를 부순 일도 있었다. 이 일로 김명진이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

창영초등학교
▲창영초등학교 구교사. 1907년 교사를 신축해 1924년에 증축했다. 광복 이후 창영국민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제 제16호로 지정되었다. 사진 = 송보배

영화초등학교

▲ 영화초등학교 본관동. 영화초등학교는 1892년 미국 선교사 조원시에 의해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사립학교이다. 본관동 건물은 1910년 신축되었다. 사진 = 송보배

조선인촌회사 터.
▲ 조선인촌주식회사 터. 조선인촌주식회사는 1917년 일본인이 세운 인천 최초 성냥공장이다. 조선인촌주식회사 터 앞으로는 1926년 개국한 동인천우체국(사진에서 공사 중인 건물)이 있다. 2016년 폐쇄한 동인천우체국은 올해 성냥 테마 박물관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사진 = 송보배


조흥상회
▲ 조흥상회. 과자, 쌀, 제수용품, 잡화를 판매하던 곳으로, 창업주인 조씨 일가의 부흥을 기원하며 조흥상회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인천광역시립박물관에서 발행한 2012 학술조사 보고서 〈인천근·현대도시유적〉에 따르면 건립시기는 1955년이다. 현재는 배다리안내소, 나비날다 책방이 있어 배다리헌책방 거리의 아지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 송보배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 옷에서 일장기를 지워 기사를 낸 이길용 동아일보 기자도 인천 배다리에서 자라 영화학교를 졸업했다. 

1921년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성냥공장인 조선인촌회사(1917년 건립)의 직공 150명이 동맹파업하며 인천 노동운동이 촉발되기도 했다. 

배다리는 민초들이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던 분투의 현장이었다. 개항 이후 개항장 일대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이 터를 이룬 곳이 배다리 일대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자리를 찾아 든 사람들로 시장이 형성되었고 한국전쟁 발발 후에는 변변치 않은 물건이나마 팔아 생계를 이으려는 사람들로 시장이 확장됐다.

1950년에 태어나 배다리 일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는 “당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은 많은데 물자는 부족해 시장이 붐볐다고요. 과장을 보태 개똥도 내놓으면 팔릴 정도였다고 해요.”라고 말했다.

이희환 등이 2009년 발행한 《인천 배다리-시간, 장소, 사람들》에 따르면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한국전쟁 이후 형성됐다. 어려운 시절 책을 내놓고 사고팔면서 헌책방 골목이 형성됐다는 이야기이다.

다리 시장도 일제 때 인천으로 일자리를 찾아 온 조선인 노동자들에 의해 형성된 공간이다.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고작 옷가지와 양은솥, 과일 따위를 내다팔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확장되었다. 또한 배다리헌책방거리도 한국전쟁 이후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서민들이 책을 팔고 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이희환 엮음 《인천 배다리-시간, 장소, 사람들》, 도서출판 작가들, 2009년)


삼성서림
삼성서림

▲ 삼성서림. 1962년 문을 열었다. 사진 = 송보배

한 때 40여 곳에 달하던 헌 책방들이 지금은 5곳만 남았다. 집현전, 아벨서점, 삼성서림, 한미서점, 대창서림 등이다. 이중 1953년 문을 연 집현전은 최근 매각되어 곧 새로운 서점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란다.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한 한미서점은 드라마의 여파로 많은 이들이 방문했다. 인증사진으로 인해 몸살을 앓았는지 한미서점 안에는 실내사진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촬영지로 알려졌지만 실제 한미서점은 1961년 개업해 2대를 이어 가는 의미 깊은 공간이다.

한미서점에서 잉게보르크 바하만 《삼십세》를 집어들자 장원혁 대표가 반가운 얼굴로 말을 걸었다. 그 책은 몇 권 남았고 어느 책에는 얼룩이 있다, 그래도 책을 깨끗이 닦아 놓아 읽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책에 묻은 잉크 자국을 이야기를 할 때는 마치 책에 얼룩이 있는 것이 그의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안해했다. 책의 권수와 상태를 꿰고 있는 것이며, 깨끗이 닦은 책의 입성에서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이 엿보였다.

한미서점

▲ 한미서점. 1960년 대 문을 열어 2대가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송보배

2009년 문화기획의 일환으로 문을 연 나비날다 책방, 지난해 10월 문을 연 독립서점 커넥더닷츠도 배다리에 둥지를 틀고 있다.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최근 한국 코미디 영화로 최고의 흥행기록을 쓴 〈극한직업〉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마약반 형사들이 개업한 치킨집이 문구점 아울렛팬시며, 감시하던 마약범들의 아지트 주변으로 아벨서점 등이 등장했다.

배다리가 숱한 드라마,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은 그만이 가진 독특한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 그리고 묵은 책들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 마음에 빈자리가 들어 헛헛할 때 조용히 드나들고 싶은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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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독립서점 커넥더닷츠
에디터 송보배
10rim@langstore.co.kr